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
제목만 보고서는
술 끊고 개과천선하는 내용인 줄 알았다.
영화 '돈 워리'를 떠올렸다.
알콜중독자가 주인공이다.
음주운전으로 전신불수가 되고 나서야
새로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주위에서는 흔히 볼 수 없지만,
영화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뻔한 스토리의 영화다.
그런데,
이 책은 '리빙 라스베가스' 소설 버전이었다.
알콜중독자에게 술병을 선물하는 연인의 이야기...
주위에서도 보기 힘들고
(현실에서는 술상을 뒤엎는다.)
영화에서도 거의 볼 수 없는 이야기다.
아마도
돈이 되지 않을 것은 물론이고,
혹독한 비판을 당할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음주 예찬론이라니 !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로 오르는 연어들처럼
소설계의 주류에서 이탈한
酒류 소설을 출간한
권여선 작가의 용기에 소주 한 박스를 보내고 싶다.
'안녕 주정뱅이'는
7편의 단편 소설을 담고 있다.
그 중 제일 첫 편 '봄밤'부터 범상치 않다.
봄밤의 취기가
식도를 훑고 내려가
가슴을 후벼 파는 느낌이다.
커피잔에 소주라도 따라 마시고 싶은 비내리는 봄밤이다.
화창한 봄날
친구의 결혼식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남녀가 있다.
남자는 말기 류머티즘으로 죽음이 코 앞에 있고,
여자는 알콜중독 증상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남자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요양원에 입원한다.
남자와 떨어진 여자 또한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되어
남자를 따라 요양원으로 들어 온다.
그렇게
말기 류머티즘 남자와
중증 알코올 중독 여자의
위험한 동거가 시작된다.
그리고,
죽음을 코 앞에 둔 남자가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선물은
"외출해서 술을 마셔도 좋다"는
동의 한 가지뿐이다.
그리고,
어느 봄날
남자는 오늘을 넘기기 힘들 것을 예감하며
여자에게 마지막 선물을 허락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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